Changeling (미국 1980년, 한국 2013년 5월 30일)


Madwand (미국 1981년, 한국 2013년 5월 30일)


앰버 연대기의 설정이랄까 세계관이랄까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젤라즈니 풍의 판타지 소설.

아시겠지만 앰버 연대기에는 무수한 패러럴 월드가 등장하는데, 그 중 어딘가에 있을 판타지 세계(이면서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 어떤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21세기에 들어서는 SF작가가 판타지를 쓰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지만, 20세기 말에는 그러한 일종의 콜라보랄까 외도랄까가 종종 일어나곤 했으니 그리 신기하게 생각하실 일은 아니고.(국내에 출간된 비슷한 성격의 작품으로 고딕 R. 딕슨의 드래곤과 조지를 꼽을 수 있겠다.)

사실 젤라즈니 작품이 근본적으로 히어로물이기도 하고, 검과 마법이 등장하지 않는 판타지라고 할만한 작풍을 가지고 있어서, 판타지를 쓰더라도 별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일종의 앰버 연대기 외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한데,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지만, 기존 젤라즈니 작품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주인공의 태도나 성격이 진지함 일변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 탓에 약간의 건조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젤라즈니 팬이라면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겠고, 팬이 아니라면 일단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앰버 연대기를 읽고 팬이 된 다음에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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ゴ-ルデンスランバ- (일본 2007년, 한국 2008년 6월 5일)


독서에 일가견이 있으신 트친님께서 사랑하는 작가로 이사카 코타로를 말씀하셔서, 어떤 작품을 읽을까 하다가 골든 슬럼버로 낙찰.

좋아하는 작가는 뜨문뜨문 있어도 문학 전반에는 무지한 나로서는 별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라 검색을 좀 해보니, 매우 유명한 인기 작가인데다, 많은 작품들이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만화 '마왕'과 '그래스호퍼'가 이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것이었다는.

사실 만화는 크게 감흥이 있지는 않았는데, 넷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만화는 원작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증언을 하고 있긴 했지만, 원작이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라든가, 대중들이 재밌다고 하는 일본소설 중에 실망스러운 것이 얼마나 많던가 하는 나다운 삐딱한 생각을 하던 와중에, 트친님께서 (자기 전문분야에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함부로 남발하실 분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 매우 재미있었다.

일상과 비일상을 부드럽게 조화 접합 접목 융화시켜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복선 같지 않은 복선을 지나치게 느슨하지도 타이트하지도 않게 끼워넣어 이야기를 깔끔하게 완성시킨다.

일반적으로 순수 문학에서 설정과 문장이 과용되고 낭비되는 경향이 있다면, 대중 문학에서는 이를 너무 단순화해 씹는 맛도 없고 퍼석한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완벽하게 익힌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 그보다는 낚시로 잡은 오오마산 참다랑어의 붉은 살(아까미) 같다는 표현이 더 걸맞을 듯 싶다. 육즙이 넘치는 스테이크보다도, 스르륵 녹아버리는 대뱃살의 황홀함 보다도, 매끄러우면서도 탄탄한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감칠맛과 적당히 씹는 맛이 조화를 이루는 아까미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참치는 일반적으로 뱃살을 최고로 쳐주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중뱃살 대뱃살보다 아까미를 더 쳐주기도 한다. 다만 아까미가 뱃살과 겨루기 위해서는 참치의 질이 매우 좋아야 하지만.)

맘에 들면서도 특이한 점이 있다고 한다면, 앞서도 얘기했듯이 일체의 낭비와 과용이 없다는 점인데, 아무래도 작가는 벗겨 낸 야채 껍질로는 육수를 우리고, 짜장면은 소스까지 다 먹어치우고, 김치는 꼬다리까지 다 씹어먹는 인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건 사실 나...) 다만 그렇게 만든 육수와 짜장면과 김치가 모두 맛이 훌륭하기에, 그렇게 남김없이 깔끔하게 먹는 것이 흉하기는 커녕 오히려 보기좋게 느껴진달까.

소설을 넓게 많이 읽지는 않고, 일부 좋아하는 작가와 장르를 편식하는 나이지만, 이사카 코타로는 그 편식의 카테고리에 새롭게 추가된 작가가 되었다.(이 카테고리에는 테드 창, 야마다 에이미, 다니엘 페낙, 로저 젤라즈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소설을 즐기는 분 중에 이사카 코타로를 아직 읽지 않은 분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아마도 조금 가벼운 소설을 선호하는 분도, 조금 무거운 소설을 선호하는 분도 모두 좋아할 만한 작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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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Harvest (2012년 1월 16일 발행. 원서는 1929년 발행)


책의 뒷면에 보면 뉴욕 타임즈, 더 타임즈, 보스턴 글로브, 레이먼드 챈들러, 무라카미 하루키의 추천사가 적혀있다. 그러니까 좋은 책이랄까 재밌는 책은 추천사와 내용이 일치하는 법이랄까.

그중에 레이먼드 챈들러의 것이 인상적이면서 공감도 느껴지는 터라 적어보자면 "해밋은 리얼리즘에 입각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 했던 작가들 중 한 명이며, 그중 유일하게 비평가들로부터 인정받은 사람이다. 그의 또 다른 성취는 탐정 소설을 쓰는 작업을 즐겁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낭만, 멜랑꼬리 같은 것이 있다면 대실 해밋에게는 보다 리얼한 범죄와 폭력이 존재한다. 둘 다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대가로 알려져있지만, 대실 해밋 쪽의 노른자가 보다 퍽퍽한 느낌이랄까. 레이먼드 챈들러가 남녀공용이라면 대실 해밋은 남성전용 같은 느낌도 들고.

여하간 재밌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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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Night in the Lonesome October (2010년 12월 30일 발행)


1995년 사망한 젤라즈니의 유작.(원서는 93년 발행)

젤라즈니 작품의 특징인 슈퍼맨적 남성 히어로도 등장하지 않고, 신화적 요소 또한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관계로 젤라즈니 팬을 자처하는 분들에게는 이건 뭥미?스러운 느낌이 들 수 있는 작품이다.(역자 후기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 '소품'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번역이 되지 않았다 뿐이지 젤라즈니 말년에는 이런 스타일의 작품들을 꽤 썼다는 얘기도...

좀 더 재미있는 감상을 위해서는 보다 가볍게, 그리고 추리소설 느낌으로 읽는 것이 좋을 듯. 그러니까 '앰버 연대기'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 개인적으로 '별을 쫓는 자'와 함께 젤라즈니 랭킹 최하위권에 놓아두고 싶다는 생각이.('별을 쫓는 자'는 번역으로는 맛을 살리기 힘든 시적인 문장이 너무 많은 게 문제인데, 원서로 보면 괜찮을 듯)
 
이 책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젤라즈니에게 기대하는 무언가와는 좀 거리가 느껴지는 탓에 재미를 덜 느꼈던 것도 같고. 그러니까 풀코스 만찬을 기대하고 스테이크는 언제 나오지?하며 음식을 먹고 있는데, 김밥만 계속 나온 듯한.

결론적으로 읽어서 나쁠 건 없겠지만, 강추나 필독까지는 아니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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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다아시경(LORD DARCY) 시리즈로 불리는 랜달 개릿의 대체역사환타지추리소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원서 발행 1967, 한국 초판 발행 2006)


본인은 예전에 첫 번째 작품인 "세르부르의 저주"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이 시리즈의 팬이 되었으나, 어찌어찌 하다 보니 두 번째 작품을 읽기까지의 텀이 매우 길어졌다.

다아시경 시리즈는 총 세 권인데, "마술사가 너무 많다"가 유일한 장편이고, 나머지 두 권은 단편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아시경 시리즈의 작중 연도는 1970년대이며 그 세계관은 영국이 프랑스를 통일하여 영불제국을 건설하고, 폴란드와 세계의 패권을 다투며, 게르마니아가 두 제국 사이에 끼어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세계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인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가, 미국은 아예 생겨나지도 않고 유럽이 세계의 패권을 두고 다투는 그런 세계라는 점이다.(작중의 생활양식 또한 과거 유럽의 그것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인공인 다아시경은 노르망디 대공의 주임 수사관으로, 노르망디 대공의 주임 법정 마술사인 마스터 숀 오 로클란과 함께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어째서 마술사인가 하면 이 세계에서 마술은 체계적인 학문이며 일종의 실용 과학으로 취급받는 물건이기 때문이다.(즉, 일반적인 환타지소설에서 볼 수 있는 마법과는 그 성질이 조금은 다른 무언가이다.) 그러니까 마스터 숀 오 로클란은 마술을 이용하여 CSI와 같은 역할을 하고, 다아시경은 물리적인 증거에 더해 마술을 이용하여 얻어낸 증거를 가지고 사건과 범인을 추리한다.

본인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세르부르의 저주"를 읽으며 느낀 재미는, 독특한 세계관에서 비롯되는 주인공들의 생활양식과, 과학적 마술이라는 것을 만들어낸 상상력과 그것을 작중의 사건에 접목시키는 방법이었는데,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과학적 마술이 주는 재미가 전작에 비해 조금 줄어든 느낌이 든다. 장편이라 호흡이 길어지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본인이 너무 머리로 읽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아시경 시리즈는 매우 매력작인 작품이며, 혹시 이 시리즈를 읽으려는 분이 계시다면 1편 "세르부르의 저주" 부터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본인 또한 곧 3편을 읽을 예정이다.)

제목인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렉스 스타우트의 추리소설 "요리장이 너무 많다"의 패러디이며, 본 내용에도 그 페러디적인 요소가 담겨있다.(고 책 뒤의 해설에 나와 있다.) 해서 "요리장이 너무 많다"를 읽었는데, 내용적인 연관성은 제로에 가까운지라 추가적인 재미가 발생하거나 하지는 않으니 굳이 둘 다 읽을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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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라는 성을 가진 형제의 이야기.


실은 부드러운 양상추(같은 작가의 음식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읽기 전에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한 권 읽으면서 워밍업이랄까 작가의 글을 좀 접해보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그러니까 에쿠니 가오리는 이름이나 책 제목만 알았지 글을 읽은 것은 처음)

트위터에서 많은 분들이 반짝반짝 빛나는을 추천해주셨는데, 소수의견 중에 초보 남자에게 허들이 낮을 것 같다며 추천해주신 분이 계셨고 나도 왠지 좀 땡겨서 읽어보기로.(추천해주신 j님께 감사)

책을 읽어보니 수다스럽지 않으면서 여성스러운 느낌이 들었달까.

카레에 츠케멘에 오뎅 등의 음식이 나오는 장면의 디테일을 보니 작가가 확실히 먹을 걸 좋아하는 느낌도 들었고. 해서 부드러운 양상추에 대해서도 기대중이다.

책 내용은 마미야 형제의 담담한 일상과 주변인들의 담담하지만은 않은 일상을 담담하게 그렸달까.

가볍게 읽기에는 좋았지만 글이 너무 담담하다보니 나름 사건 사고가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전개가 넘 심심하게 느껴져 소설을 읽는 당위성이랄까 목적성이 약간 상실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짝사랑, 불륜, 이별, 이혼 등의 내용이 들어있었음에도 말이지)

정말 워밍업용으로는 딱 좋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좀 (어쩌면 많이) 모자란 책이 아니었을지.

마미야 형제에 대해서는, 서로 형제로 태어난 게 행운이자 불운이었을 듯. 사회생활을 그 정도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까운 곳에 그런 소울메이트가 없었음 좀 더 자신들의 세계를 확장해나갈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


Posted by 미식의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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