ゴ-ルデンスランバ- (일본 2007년, 한국 2008년 6월 5일)


독서에 일가견이 있으신 트친님께서 사랑하는 작가로 이사카 코타로를 말씀하셔서, 어떤 작품을 읽을까 하다가 골든 슬럼버로 낙찰.

좋아하는 작가는 뜨문뜨문 있어도 문학 전반에는 무지한 나로서는 별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라 검색을 좀 해보니, 매우 유명한 인기 작가인데다, 많은 작품들이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만화 '마왕'과 '그래스호퍼'가 이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것이었다는.

사실 만화는 크게 감흥이 있지는 않았는데, 넷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만화는 원작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증언을 하고 있긴 했지만, 원작이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라든가, 대중들이 재밌다고 하는 일본소설 중에 실망스러운 것이 얼마나 많던가 하는 나다운 삐딱한 생각을 하던 와중에, 트친님께서 (자기 전문분야에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함부로 남발하실 분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 매우 재미있었다.

일상과 비일상을 부드럽게 조화 접합 접목 융화시켜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복선 같지 않은 복선을 지나치게 느슨하지도 타이트하지도 않게 끼워넣어 이야기를 깔끔하게 완성시킨다.

일반적으로 순수 문학에서 설정과 문장이 과용되고 낭비되는 경향이 있다면, 대중 문학에서는 이를 너무 단순화해 씹는 맛도 없고 퍼석한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완벽하게 익힌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 그보다는 낚시로 잡은 오오마산 참다랑어의 붉은 살(아까미) 같다는 표현이 더 걸맞을 듯 싶다. 육즙이 넘치는 스테이크보다도, 스르륵 녹아버리는 대뱃살의 황홀함 보다도, 매끄러우면서도 탄탄한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감칠맛과 적당히 씹는 맛이 조화를 이루는 아까미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참치는 일반적으로 뱃살을 최고로 쳐주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중뱃살 대뱃살보다 아까미를 더 쳐주기도 한다. 다만 아까미가 뱃살과 겨루기 위해서는 참치의 질이 매우 좋아야 하지만.)

맘에 들면서도 특이한 점이 있다고 한다면, 앞서도 얘기했듯이 일체의 낭비와 과용이 없다는 점인데, 아무래도 작가는 벗겨 낸 야채 껍질로는 육수를 우리고, 짜장면은 소스까지 다 먹어치우고, 김치는 꼬다리까지 다 씹어먹는 인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건 사실 나...) 다만 그렇게 만든 육수와 짜장면과 김치가 모두 맛이 훌륭하기에, 그렇게 남김없이 깔끔하게 먹는 것이 흉하기는 커녕 오히려 보기좋게 느껴진달까.

소설을 넓게 많이 읽지는 않고, 일부 좋아하는 작가와 장르를 편식하는 나이지만, 이사카 코타로는 그 편식의 카테고리에 새롭게 추가된 작가가 되었다.(이 카테고리에는 테드 창, 야마다 에이미, 다니엘 페낙, 로저 젤라즈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소설을 즐기는 분 중에 이사카 코타로를 아직 읽지 않은 분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아마도 조금 가벼운 소설을 선호하는 분도, 조금 무거운 소설을 선호하는 분도 모두 좋아할 만한 작가가 아닐까 한다.
Posted by 미식의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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